"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방침은 이미 정했고 다만 언제 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3월18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어느 지역이든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인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반드시 투기를 잡겠다."(지난 12일 윤증현 장관)
"강남 3구의 부동산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는 유보돼야 한다."(20일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
불과 두 달 만이다. 부동산 시장을 보는 정부 최고위 당국자들의 시각은 2개월여 만에 이렇게 바뀌었다. 비록 강남3구 등 특정지역에 국한된 얘기라 하지만, 이 동네 집값의 상징성과 빠른 파급력을 감안하면 전체 부동산시장 문제라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냄비'인 것은 맞다. 확실히 쉽게 끓고 쉽게 식는다. 그렇다고 정부까지 '냄비'가 되어서야. 있는 규제 없는 규제 다 풀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이젠 '투기, 규제' 운운하고 있다. '냄비 성향'으로 치자면 시장 보다 정부가 몇 배는 더 한 것 같다. 이러다가 강남 집값이 다시 떨어지면, 또다시 투기지역에서 해제한다고 하지는 않을는지.
그 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장ㆍ차관이 서로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한다. 지난 20일 "국지적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틀림없다"는 허 차관의 발언과 "일부 지역 오름세는 있지만 과열 조짐은 없다"는 윤 장관의 말이 그렇다. 말꼬리 잡기식으로 문제삼을 생각은 없지만, 두 사람의 발언을 비교해보면 누가 봐도 엇박자임에 틀림없다.
그저 부동산 시장의 뒤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모습. 시장 침체와 투기 가능성 사이에서 갈팡질팡 허둥대는 모습. 정부가 지금 꼭 그런 모습이다. 이래서야 누가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전태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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