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부장급 이상 선임자 100여명으로 구성된 공정방송노동조합(이하 공방노)이 18일 MBC 일산제작센터 공사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사원들이 "증거가 없는 해사 행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나서는 등 내부 갈등이 일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 등을 눈앞에 두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공방노는 성명을 통해 "MBC는 자체 모순과 부조리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며 "일산제작센터는 시공사 선정, 용도변경, 정산 처리 등에서 상당한 근거가 있는 숱한 의혹들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공방노는 "일산제작센터와 여의도 방송센터의 방송장비 구매의 5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이미 효용성이 떨어진 VCR을 집중 구매한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수채 공방노 위원장은 "검찰에서 수사에 들어가면 그때 구체적인 증거들을 내놓을 것"이라며 "현 사장과 관련되지 않은 일을 지금 와서 왜 들쑤시느냐고 하는데 예전엔 노조가 제대로 돌아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방노는 지난주 방송개혁시민연대 출범 때는 MBC 방송 프로그램들이 전 정권 때 좌편향이었다고 주장하는 발표를 해 PD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MBC측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MBC 홍보심의부 관계자는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는 물론 정확한 수치도 없기 때문에 회사가 뭐라 답변할 만한 게 없다"며 "진정 회사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조직원이 별로 없고 극히 일부만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경영진도 20일 "선임자 노조의 행동을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와 사원들의 반응도 차갑다. 일부 사원들은 정 위원장이 해사 행위를 하고 있다며 해고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은 "조직원으로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근거가 없어선 안 된다"며 "만일 이유 없이 회사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주장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봄 개편 때 발표한 'PD 집필제'와 관련, 한국방송작가협회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PD집필제는 시사, 다큐 프로그램 등에서 작가 대신 PD가 직접 원고를 쓰도록 하는 제도. KBS는 "PD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 작가들의 입지를 줄이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방송작가협회는 19일 공식적으로 PD집필제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협회는'KBS는 작가 죽이기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방송 발전의 한 축으로 커다란 기여를 해온 작가들을 하루아침에 제작 현장에서 몰아내려는 시도이며 근본적으로 직종의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라며 "KBS는 정작 당사자인 작가들에게 한 번도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았으며 의견 청취조차 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20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KBS가 PD 집필 목표치를 만들고 봄 개편에 따른 원고료 절감액이 1억5,000만원이라 명기하고 있다"며 "PD집필제는 허울좋은 기만극"이라고 주장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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