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이렇게 '먼 미래'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때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 소년 코난'에서 지구가 대변동을 겪고 멸망하는 시기는 2007년으로 벌써 2년이나 지났다. 데츠카 오사무 '철완 아톰'의 아톰은 2003년 태어났다. 1952년 만화를 연재할 당시 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한다는 설정이 아이들에게 허무맹랑한 생각을 심어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또한 먼 이야기가 아니다. 400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하고 리플리컨트(복제 인간)와 식민 행성이 등장하는 미래까지는 불과 10년밖에 남지 않았다. 몇십 년 전의 사람들이 예측했던 미래란 이렇듯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서울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들이 내다본 그 미래에 가까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사는 이곳은 살 만한 곳이다.
'미래 소년 코난'의 원작 제목은 '남겨진 사람들'이었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이 거대한 열차의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2003년 아톰의 생일에 맞춰 도쿄에서는 아톰 화폐가 만들어졌다. 일회용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톰 화폐를 받는다.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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