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터넷 토론방에서 자신이 작성한 글의 조회수를 부풀린 네티즌들을 처음으로 형사입건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과 해당 인터넷 업체는 "사이트 관리업무를 방해했다"는 입장이지만, 네티즌들은 "정부 비판 글을 옥죄기 위한 과잉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린뒤조회수를 부풀린 혐의로 강모(49·학원 원장)씨와 박모(50·자영업)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초에 최대 10회 이상 조회수를 늘리는 '클릭봇'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자신이 올린 글들의 조회수를 각각 11만~93만회 부풀린 혐의를 받고있다. 강씨등3명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고 나머지 한명은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회건수를 조작해 아고라의 '베스트글'에 올라가면 네티즌의 주목을 받게돼인터넷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단속 경위를 설명했다. 다음 측도 "다음의 신뢰도를 위해 불가피하게 조회수를 조작한 네티즌의 형사 처벌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토론방에 올린 글의 조회수를 부풀린 행위가 사법처리 대상인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주목받기 위해서 여러 차례 클릭했다고 잡아가는 나라가 어디 있냐"는 반발이다.
실제 이를 규제하는 명확한 법 규정조차 없는 상태다. 경찰이 이번에 적용한 형법 314조 2항의 업무방해죄는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 할 경우 해당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조회수를 조작한다고 해서 서버 속도가 느려지는 등 기술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데, 무리한 법 적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부정클릭으로 인한 검색순위 조작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대법원이 지난달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를 조작한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지만, 이는 인터넷 광고대행 업체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검색 순위를 조작한 것이어서 이번 사안과 성격이 다르다.
특히 인터넷 업체들이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게시물의 조회수 부풀리기를 사실상 묵인해 놓고서 뒤늦게 업무방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 많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연예기획사나 팬들이 특정 연예인을 띄우기 위해 관련 게시물 조회수를 조작하는 경우도 많은데 (특정 사안만 처벌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당초 다음 측의 요청이 없는데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나선 뒤 다음 측의 처벌 요청을 뒤늦게 받아낸 것도'표적수사'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활동가는 "비영리적으로 조회수를 부풀리는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입건하는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뒤늦게 이달부터 조회수를 기준으로 베스트글을 올리는 방식을 없앤데 이어 이달 안으로 토론글 추천도 IP(인터넷접속주소) 당 1회로 제한하는 등 운영방식을 일부 개편키로 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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