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기 전 파란 불이 깜빡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사람도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운전사 김모(7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기각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2007년4월 서울 은평구 대조동 교차로에서 파란 불이 깜빡일 때 횡단보도로 뛰어든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찰과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벌금 50만원의 유죄 선고를 내렸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보행자는 녹색등 점멸신호에 도로 횡단을 시작하면 안 되고 횡단하고 있던 보행자도 신속히 횡단을 완료하거나 되돌아와야 한다"며 "피해자는 녹색등 점멸신호가 들어왔을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기 때문에 보행자로 볼 수 없다"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에게 교통신호 준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김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보행자의 교통신호 준수 의무와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운전자에게는 녹색등이 점멸하는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든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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