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쿄(東京)까지 왔다."
21일 도쿄 북서부 부도심 이케부쿠로(池袋)에서 멀지 않은 센카와(千川)역. 주택가인 이곳 역세권 슈퍼 '라이프'에는 이번 주 초 오사카(大阪)부, 효고(兵庫)현의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확산 이후 '마스크 특별 판매대'가 설치됐다. 마스크를 사려고 연일 이어진 행렬은 전날 도쿄와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의 수도권 첫 감염자 발생 이후 더 길어졌다.
오사카, 고베(神戶)에서 마스크 품절 소동이 난 뒤 "오일 쇼크 때의 화장지 사재기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1, 2개 필요한 만큼 사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수십 개를 집어 드는 사재기가 적지 않다. 이날 아침 도쿄 곳곳의 약국에서는 출근길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전철역으로 향하는 직장인이 드물지 않았다.
수도권에서 감염자 거주지역의 역, 감염자 2명이 이동한 전철 노선에서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이날 전부 마스크를 착용했다. 대형 체인 슈퍼 '다이에'도 이 지역의 점포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고, 일부 백화점, 슈퍼에서는 식품시식 행사를 중지했다.
신종플루 감염자가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닌지 열도가 긴장하고 있다. 감염자는 갈수록 늘어가지만 간사이 지역은 최초 감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사실상 만연기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수도권 감염자는 발열 상태에서 나리타(成田)공항 검역을 통과해 시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 최초 전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채 급속히 전파돼 역학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다. 다만 고교 배구 대회를 통해 초기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고베시의 경우 감염자라도 지정병원이 아니라 일반 병원에서 외래 진료토록 하는 등 이미 만연기 대응을 시작했다. 후생노동성도 통상의 인플루엔자 수준으로 대처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의유엔회의'에 참석한 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첫 수도권 감염자가 된 여고생 2명이 39도의 발열 상태로 간이검사를 통과한 것도 일본 당국이 예상치 못한 사태다.
21일에도 도쿄에서 미국을 다녀온 30대 여성의 감염이 확인됐다. 당국은 감염돼 증상이 있어도 바이러스가 간이 검사도구에서 검출될 만한 양에 도달하지 못하면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공항 검역이 100%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증명한 모양이 됐다. 수도권 감염자가 알려진 20일 밤새 도쿄도청 내 발열상담센터에는 "열이 나는데 괜찮겠느냐"는 상담 전화가 약 1,300통 폭주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지난주부터 신종플루가 재확산되는 뉴욕에서는 한인 밀집거주지인 퀸즈지역에서만 적어도 5명의 한인 학생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이미 퇴원한 상태이지만 20일까지 26개교에 이른 뉴욕의 휴교 조치는 더 확대될 조짐이어서 뉴욕 동포 사회는 당분간 불안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