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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장은 국민장답게 치러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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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장은 국민장답게 치러졌지만

입력
2009.05.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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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은 성숙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다. 크게 슬퍼하면서도 끝내 인내했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지만 스스로 절제했고, 충분히 시위하면서도 질서의 틀을 깨트리지 않았다. 깊은 추모의 마음과 편하게 보내 드리자는 공감이 하루 종일 전국에서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을 가졌던 정치권이나 다소 과잉대응을 보였던 정부를 오히려 나무라는 모습이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서울역광장까지는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었던 마음들이 돌출돼 장례 과정에 일부 차질이 생겼으나 모두가 함께 약속을 지켰다. 예상치 못한 인파와 열기로 장례행렬이 방해를 받고 진행방향이 수정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인내와 자제가 돋보였다. 침착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한 점도 질서유지에 도움이 됐다.

경복궁에서 국민장 영결식이 거행되는 가운데 시청 앞 대한문 앞에서 별도로 시민영결식이 거행되고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동참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며 추모의 뜻을 모은 것도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례행렬이 떠난 뒤 서울광장과 그 주변에 남았던 시민들이 경찰과의 큰 대립 없이 추모의 열기를 이어 자리를 지켰던 것도 그렇다.

영결식과 노제 주변에서 일부 세력의 돌출행동이 없지 않았고 장례행렬이 지나간 뒤 추모객들 가운데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경찰과 대치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국민장의 의미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었다. 슬픔에 젖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편하게 보내드리는 방법을 충실하게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국민의 마음을 다르게 이용하려는 의도는 안 된다. 민주노총 등이 오늘 오후 서울광장에서 '노동자탄압 분쇄, 민중생존권ㆍ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연다고 한다. 허가되지 않은 집회인 만큼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들이 지킨 국민장의 뒤끝을 그렇게 훼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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