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 사이에서 '장안 제일의 접대 장소'로 명성을 떨쳤던 서울 시내 대표적 요정들이 잇따라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16일 종로구 O요정이 손님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다 적발된 데 이어 이튿날인 17일에도 D요정이 같은 혐의로 적발됐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성매매를 알선한 O요정 주인 천모(62)씨, D요정 주인 선모(57)씨를 비롯해 이른바 '새끼 마담', 모텔 주인, 성매매 여성, 성매수자 등 15명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요정 업주들은 손님과 여성 종업원들을 미리 준비해 둔 승합차에 태워 인근 모텔에 데려다 주는 식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성매수자 3명은 모두 한국인들로 사업차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O요정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요정 중 하나로 일제시대 때 총독부 관료들과 문인 등 예술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D요정도 1970년대 유력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이 찾던 '막후 정치의 산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들 요정은 밤 문화의 중심이 강남으로 옮겨간 뒤 쇠락의 길을 걷다가 결국 성매매까지 나서게 됐다. 종로서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명 인사들은 물론 일반 손님이나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이 끊어진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자존심 때문에 2차는 안 나갔다고 하는데 불황이다 보니 성매매까지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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