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구멍가게'란 이름이 붙었을까. 구멍처럼 몹시 작은 가게란 뜻일 것이다. 일 년 전 동네 골목에 대기업의 이름이 적힌 슈퍼마켓의 간판이 붙었다. 세일을 알리는 울긋불긋한 전단지가 수시로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 우리 아파트의 중앙상가에 있던 '미니슈퍼'가 문 닫은 것은 그 즈음이었다. 말이 좋아 '미니슈퍼'였지 조금 큰 구멍가게랄까. 과일상자를 들일 공간도 없어 상자들을 인도에 늘어놓곤 했다.
몇 번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을 때는 투덜대기도 했다. 가게가 문을 닫기 얼마 전부터 부부는 가게 앞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배드민턴을 치는 내내 웃고 있어서 어느 날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텅 빈 가게 앞에 섰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대형마트의 축소판인 슈퍼로 동네까지 공략하자는 착상을 제일 처음 한 이는 누구였을까. 대형마트보다도 오히려 이 슈퍼들의 매출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앞다퉈 매장 수를 늘리려는가보다. 대기업의 윤리 의식이라는 것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적반하장이라고 그 대신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았으냐고 큰소리를 칠까 걱정이다. 옛날 감나무를 둔 집에서는 감을 다 따지 않고 남겨두었다. 까치밥이었다. 구멍가게, 누군가 쓴 글처럼 빠져나갈 구멍 없어 구멍가게라 이름 붙여진 것 같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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