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대통령의 사저는 생기를 잃어가면서 때로는 적막감마저 휘감고 돌았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마지막 봄을 힘겹게 보낸 고인의 모습과 '주군' 잃은 참모의 애닯은 심정을 담은 글을 올렸다.
윤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외로웠던 봄'이란 제목의 글에서 "5년 전 탄핵의 봄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유폐 생활에 대통령의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에서 "특유의 농담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고, 어조도 "부산 사투리의 억양마저 없어진 듯 나지막하고도 담담"했다고 한다.
고인은 4월 초순 참모들과 진보주의에 관한 연구회의를 끝낸 뒤 "내가 글도 안 쓰고 궁리도 안 하면 자네들조차도 볼 일이 없어져서 노후가 얼마나 외로워지겠나? 이것도 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대변인은 고인의 마지막 삶을 지탱해준 '삼락(三樂)'으로 책과 글, 그리고 담배를 꼽았다. 그는 고인이 지난해 말 건강진단 후 의료진에게 금연을 권고 받았지만, "작년 말부터 시작된 상황은 손에서 담배가 끊어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담배가 책 읽고 글 쓰는 것조차 힘겨워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기댈 수밖에 없는 유일하지만 허약한 버팀목이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이라도 사저 서재에 들어서면 '담배 한 대 갖다 주게'고 말하는 대통령, 담배에 불을 붙인 채 '어서 오게'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 대통령이 보고 싶어진다. 미치도록"이라는 말로 사무치는 그리움을 대신했다.
김해=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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