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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낮에 폭탄테러 '탈레반 피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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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낮에 폭탄테러 '탈레반 피의 보복'

입력
2009.05.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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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와 탈레반을 대상으로 대 테러전을 이끌고 있는 파키스탄정보부(ISI)를 향해 탈레반이 대담한 공격에 나섰다. 정부군의 소탕작전으로 수세에 몰린 탈레반이 본격적인 보복테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파키스탄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7일 오전 10시15분 흰색 도요타 밴 차량 한 대가 파키스탄 펀자브주 최대도시 라호르 중심가에 위치한 ISI 건물 후문에 도착했다. 괴한 3, 4명이 내리더니 건물을 지키던 경찰과 초소에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던 괴한들은 장벽 때문에 진입이 여의치 않자 목표를 수정, 타고 있던 차로 옆 경찰긴급센터 건물을 들이받았다. 충돌 직후 총소리가 또 들렸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소리에 놀란 듯 ISI 건물에서 군인들이 쏟아져 나왔고 저격수들은 지붕에 배치됐다. ISI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괴한들을 사살하거나 체포했다. 사건을 목격한 이크람 라바니는 "괴한들이 ISI 공격에 실패하자 차선책으로 옆 건물을 공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테러는 신속히 진압됐지만 라호르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경찰관 14명과 ISI 요원 1명 등 24명이 숨졌고 300여명이 다쳤다. 현장에 깊이 2m40㎝, 둘레 6m 정도의 수영장 크기 만한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폭탄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사건 발발 직후 레만 말리크 내무장관은 "이번 공격은 탈레반 근거지 스와트 계곡 공격에 대한 탈레반의 보복테러"라고 밝혔다. 테러 직후 '테릭 아이 탈레반 펀자브'를 자칭하는 단체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탈레반 지도자 하키물라 메흐수드도 BBC방송에 "유사한 공격이 파키스탄 다른 도시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며 "이슬라마바드, 라왈핀디, 물탄, 라호르 등에 사는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또 파키스탄 정부군의 스와트 계곡 공격으로 죄없는 민간인이 희생됐다며 자신들의 공격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만간 파키스탄 내 다른 대도시에도 보복테러가 감행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가전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인 것이다.

이번 테러의 목표가 된 ISI는 미군에게 오랫동안 불신을 받아왔다. 미군은 탈레반과 알카에다에 호의적인 ISI 요원 일부가 이들의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하지만 최근 ISI 요원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아프가니스탄 접경 탈레반의 은신처를 알려주면서 미군의 '송곳공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라호르에서는 올해 들어 탈레반에 의한 테러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올해 3월에도 스리랑카 크리켓 선수단과 경찰학교를 겨냥한 잇따른 공격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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