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나쁘게 보는 사람보다 좋게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집안 살림을 꾸리는 개인 소비자뿐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것저것 따지고 헤아릴 게 더 많은 기업체 사장님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심리'라 했는데, 과연 경기도 따라 좋아지는 걸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국내 600대 기업의 6월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을 조사한 결과, 100.2로 집계돼 11개월 만에 100을 넘긴 5월 BSI 전망치(103.8)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치인 100을 넘었다고 28일 밝혔다. BSI는 기업들이 보는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을 종합한 수치로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이날 크게 달라진 BSI 수치를 발표했다. 상의는 전국 1,564개 제조업체에 올 3분기 전망을 물은 결과, 110으로 집계돼 7분기 만에 기준치 100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3분기 경기가 2분기에 비해 호전된다고 예상한 업체는 35.8%(473개사)로 경기악화를 예상한 업체(25.2%ㆍ334개사)보다 10% 이상 많았다. 상의의 조사치는 전경련보다 중소기업의 상황을 보다 많이 반영한 것이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폭넓게 반영된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들의 가동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414개 중소 제조업체의 4월 가동률(68.0%)이 3월(65.5%)보다 2.5%포인트 올라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소비심리도 낙관으로 돌아서 26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SIㆍ105) 역시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여 만에 100을 넘어섰다. 이 같은 결과는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전경련의 BSI 전망은 올 1월 52까지 고꾸라졌고 한은 CSI 역시 올 1월을 전후해 수개월 간 80대 초반에 머물렀었다. 흔히 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심리지표로만 보면, 우리 경제는 분명 'V자' 회복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심리지표를 발표한 기관들은 하나같이 심리호전의 이유를 "최근 환율하락과 주가상승 등 금융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이고 일부 경기지표들도 급락세를 멈추는데다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달라진 심리가 실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기업이 실제 투자에 본격 나서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이 점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기순환 사이클에서는 심리호전이 경기회복의 선행지표이지만 지금이 일반적인 상황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위기보다 훨씬 길고 불확실성도 많아 과거 경험이나 이론대로 될 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리개선은 분명 좋은 신호지만 실제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려면 소득 증가, 자산가격 상승, 대외여건 개선 등이 뒤따라 줘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이를 확신하기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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