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불교 의례에 따라 제작된 노제용 대나무 만장(輓章)을 시위 도구화 우려가 있다며 금지시킨 것으로 드러나 과민 반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서울 조계사에 따르면 정부가 영결식과 노제에 쓰일 만장의 깃대를 대나무가 아닌 PVC 소재로 교체해 달라고 장의위 측에 요구해 2,000여개의 만장 깃대를 갑작스럽게 바꾸는 소동이 빚어졌다. 정부는 지난 16일 대전 화물연대 시위에서 만장용 대나무 깃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죽봉'으로 쓰인 사례를 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는 "수많은 불자들을 잠재적인 불법 폭력시위자로 보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조계사를 찾은 한 조문객은 "아무리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만장까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조계종 기획국장 미등스님은 "대나무 만장은 불교나 유교 장례문화의 전통이며 화장 이후에는 모두 소각해 고인과 함께 보낸다"며 "정부 방침대로라면 PVC를 태워야 하는데 이는 스스로 우리 문화를 부정하는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조계사측은 유족 측 의뢰에 따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을 중심으로 영결식에 사용할 만장을 만드는 중이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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