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맺어진 정전협정에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전협정 제15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제15항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 육지에 인접한 해면(海面)을 존중하며 어떤 종류의 (해상)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PSI에 따른 선박 검문ㆍ검색ㆍ퇴거 등이 해상 봉쇄라는 게 북한의 주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PSI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은 선박이 대상으로,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 금지를 규정한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무효화를 천명한다고 해서 정전협정이 법적으로 실효(失效)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전협정 제62조는 "본 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해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은 협정문에 없다.
유엔군사령부가 28일 "정전협정은 북한을 포함한 모든 서명 당사국들에 현재도 유효하며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엔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전협정은 지난 55년간 한반도에서 정전상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어 왔으며, 지역의 안정에 크게 이바지해왔다"며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모든 조항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반절차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94년 외교부(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대략 6차례 공식적으로 정전협정 무력화를 언급했다. 과거 5차례의 정전협정 무효화 주장은 한미 군사훈련, 한국의 무기 수입, 미국의 전력증강 등을 빌미로 삼았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도발에 대비해 명분을 쌓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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