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를 잃어 안타깝지만 한국인들에게 값진 자유를 안겨줘 행복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으로 참전했던 에티오피아의 노병이 반세기가 지나 부하를 잃었던 옛 전투현장을 찾아와 감회의 시간을 가졌다.
1951년 유엔군의 일원으로 강원 화천군 비무장지대(DMZ) 적근산 전투에 참가했던 게타쵸 하일레 미켈(80ㆍ사진)씨가 28일 당시의 전투 현장을 58년 만에 방문했다.
당시 소대장(중위)이었던 그는 51년 9월12일 소대원들과 함께 적근산 전방 5㎞ 지점에 있는 중공군 고지(602m)를 점령하는데 성공했지만 곧바로 수적으로 우세한 적의 역습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중공군이 소대를 포위해오자 기관총 사수였던 부하 레마 마루 이등병이 단독으로 인근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밀려오는 적들을 제압하는 사이 부대가 후퇴할 수 있었다. 레마 이등병은 혼자 남아 중공군과 교전하다 전사했다. 게타쵸씨는 "지금도 레마 이등병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 날 전투에서 소대는 전사 1명, 부상 2명의 피해가 났고, 30여명의 중공군을 사살했다. 게타쵸씨는 "부하를 잃어 안타깝지만 한국전 참전에 후회는 없다"며"자유가 없으면 삶이 아니다. 한국인의 자유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는 폭격으로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무가 되 살아나 원래 상태로 회복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게타쵸씨가 중공군과 싸웠던 당시의 전투현장은 오늘날 대부분 DMZ로 변한 데다 나무들이 우거져 직접 밟아보지는 못하고 인근 고지에서 바라보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황제 근위병을 주축으로 첫 해외 파병부대인 칵뉴부대를 보내 화천과 양구, 철원지역 전투에서 123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
게타쵸씨는 현재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26일 화천서 열린 세계평화의 종 공원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화천=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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