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상당수 추모객이 봉하마을에서 밤을 새우며 고인의 마지막을 지키는 등 막바지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서거 이후 엿새 동안 전국 300여 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도 4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국장 당시의 200만 조문인파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행정안전부와 민주당, 김해시청 등에 따르면 조문 인파가 26일 200만명, 27일 3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8일 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봉하마을 분향소 역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김해시청에 따르면 서거 당일인 23일 1만명이던 봉하마을 조문객 수는 24일 12만9,450명을 기록했고, 주말을 지나 주춤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평일인 25일에는 오히려 35만6,774명으로 늘었다. 27일 오후까지 누적 조문객이 8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28일 고인의 마지막 밤을 함께 하려는 추모객들이 몰려들어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30도를 웃도는 뙤약볕에서 3~4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조문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29일 오전 5시로 예정된 발인식을 보기 위해 밤을 새는 조문객도 상당수였다. 이날 오전 5시30분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추모 미사를 올렸다. 사제단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 민주주의를 심은 분"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상주로서 미사에 참여한 건호씨는 분향소를 찾은 직장 동료 10여명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등 전국 102곳에 마련한 분향소 역시 7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서울역사박물관에는 28일 오후 9시까지 정ㆍ재계, 외교사절 등 3만여명이 찾았고 서울역 분향소 역시 5만 명 이상이 조문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비롯한 전국 200여 민간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도 200만명을 훨씬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하룻동안만 70만명 이상이 민간 분향소에서 고인을 애도했다. 대한문 분향소에는 28일 오후 10시 현재 11만2,600명(경찰 추산)이 몰려들었다. 시민추모분향소 측은 24~28일 닷새 동안 101만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민간 분향소 통계에는 종교기관, 대학교 및 개인운영 분향소 조문객은 빠져 실제 추모 인원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이 전국 사찰에 마련한 분향소만 100곳이 넘는다. 인터넷을 통한 추모열기도 뜨거워 한 포털사이트 추모게시판에는 29일 오후 5시 현재 89만 건에 달하는 추모글이 올라왔다.
영결식이 치러지는 29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노제가 열릴 예정이어서 추모 인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장으로 치러진 김구 임시정부 주석 장례 기간에 100여만명이 서울 서대문 경교장을 찾은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수치다. 올해 초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서울 명동성당에 몰린 추모객은 40여만명이었다.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고인이 '미안해 하지 마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겼지만 생전에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국민들로 하여금 발길을 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김해=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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