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불황의 회복 전망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V자형 반등을 예상하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경기회복에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금융 콘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경제가 중환자실에서 나왔어도 회복에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전 세계가 일본식의 잃어버린 5년 혹은 10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2020년 대호황' 앞둔 시련
그는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제회복의 첫번째 걸림돌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은행 및 가계부채로 이것이 먼저 청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저축률이 높아져 민간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예산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의 이러한 예측은 충분히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는 21세기 신기술이 가져올 경제 효과를 간과함으로써 5~10년의 장기불황을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장기 불황은 없다고 본다. 경기회복이 V자형이든 U자형이든 단기적인 회복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회복기간 전망에 오차가 나더라도 1~2년의 차이다. 그러나 5~10년에 걸친 장기불황이 지속된다면 이것은 심각하고 또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향후 미국을 축으로 한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을 겪을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호황기에 접어들 것인지 예측하는 문제는 경제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본다.
필자는 향후 5~10년간 미국과 세계경제는 장기 불황이 아닌 장기 호황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크루그먼 교수는 5~10년 기간 중 진행될 신기술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세기에도 많은 기술혁신이 이루어졌으나 21세기에는 훨씬 혁명적인 기술혁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50~60년 주기의 콘트라티에프 장기 경기순환이 4차례 진행됐고, 현시점은 1990년에 시작된 제5주기에 와 있다. 콘트라티에프 장기순환은 각 주기별로 경제성장의 전기가 되는 주요기술이 출현하면서 장기순환이 진행되며 점차적으로 순환주기가 단축되고 있다. 1990년 시작된 제5주기는 2020년쯤 마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5주기의 주도기술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IT 바이오 나노 대체에너지 신소재 등과 이러한 기술이 융합된 복합 기술분야이다.
이 같은 주도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든 2020년경에는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의 인류 문화와 지구촌 경제가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주도기술의 산업화 과정에서 미국과 세계경제는 유례없는 풍요를 누릴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측한다. 최근의 세계금융 위기는 10년 뒤 다가올 대호황을 굳히기 위하여 겪어야 하는 값진 시련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식이 생존경쟁의 핵심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나라와 기업이 다같이 호황의 열매를 거둘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21세기는 혁명적 기술혁신과 함께 첨예한 경쟁이 특징인 시대이다. 여기에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논리가 지배한다. 국가든 기업이든 1등 그룹에 속해야만 생존할 수 있고 성장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
승자가 되기 위한 키워드는 '지식'이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지식은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이고 경쟁력의 원천이다. 지식은 첨단기술뿐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 새로운 마케팅기법, 디자인, 네트워킹 등 무궁무진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자원이다. 지금은 장기 불황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다가올 장기호황에 대비하여 국가와 기업과 개인 모두가 지식집약도를 높이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선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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