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이 상향 조정된 것은 현재 북한의 도발 움직임이 한층 가시화했다는 의미이다. 한미가 워치콘 상향 조치를 이례적으로 즉각 공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이날 오전 7시15분을 기해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올린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미 정보ㆍ작전 관계자들이 판단하고 한미 양국간 합의에 따라 현재의 위협과 잠재적인 위협, 예상되는 위협을 모두 판단해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25일 2차 핵실험 이후 수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판문점대표부가 서해 5도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협하는 등 최근 북한 움직임을 감안할 때 북한 동향을 더 세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가까운 시일 내 북한의 추가 도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로도 들린다.
워치콘 상향 조정에 따라 한미 군은 첩보위성을 비롯해 U-2 고공전략정찰기와 RF-4 정찰기 등의 항공 감시자산,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통신ㆍ신호 첩보수집 장비, 대북 감시 레이더망 등 모든 대북 정보감시 자산의 운용을 강화했다. 이 같은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요원들도 증강 배치했다.
군은 일단 현재까지 북한군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MDL, NLL 등 접적지역에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이날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2주 가량 워치콘을 2단계로 상향했었다는 사실을 함께 공개한 것도 이번 조치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미 군 당국은 이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과 달리 이번에는 워치콘 상향 조정을 즉각 발표했다는 측면으로 접근할 경우, 최근 상황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국면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과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2차 핵실험 이후 작심한 듯 단거리 미사일 발사(25,26일 총 5발), 군사적 타격 위협 등 일련의 조치들을 순식간에 쏟아내고 있는 북한을 향해 워치콘 상향이라는 '행동'을 직접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경우 워치콘 상향 조정 및 발표가 한미연합사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한국 뿐 아닌 미국의 메시지까지 함께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워치콘 2단계가 발령된 것은 4차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1982년 2월부터 1개월여간 IL-28 폭격기를 전진배치하고 북한 전역에서 공군 훈련이 시작됐을 당시와 96년 4월 북한이 판문점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등 정전협정 체제 무력화를 기도했을 때였다. 99년 6월15일 1차 연평해전,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10월9일) 직후인 2006년 10월15일에도 워치콘이 2단계로 상향됐다. 적의 도발이 명백할 때 내려지는 워치콘 1단계는 53년 정전 이후 아직까지 발령된 바 없다.
워치콘 상향에 따라 대북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 상향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데프콘 격상 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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