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와의 첫 만남은 그의 그림처럼 따뜻했다. '행복을 그린 화가 - 르누아르'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28일,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관객들은 힘든 사회 분위기를 잊으려는 듯 차분한 모습으로 르누아르의 작품세계에 빠져들었다.
개막 첫날 관객 중에는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과 주부가 가장 많았고, 오후 7시를 넘어서자 인근 직장인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 많다 보니, 프랑스와 일본 등 외국인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세계 40여곳의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들에게 흩어져있는 르누아르의 걸작들을 모은 이번 전시는 1985년 파리 그랑팔레 전시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르누아르 회고전이다.
목동에서 온 이고은(32)씨는 "몇 달 전부터 달력에 날짜를 표시해두고 르누아르를 기다려왔다"며 "요즘 많이 지치고 힘들었는데 이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김형진(25)씨는 관람을 끝낸 후에도 전시실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참을 서있었다. "고통은 지나간다, 아름다움은 남는다"는 르누아르의 말이 적힌 벽 앞이었다. 김씨는 "아름다운 걸작들을 남기기 위해 르누아르가 감내했을 고통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해 혼자만의 감상을 즐기기도 하고, 전시해설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도슨트 조은영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르누아르의 그림들을 보면서 잠시나마 슬픔을 잊고 행복하시길 바란다"는 말로 설명을 마쳤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시간은 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주말ㆍ공휴일 오전 10시~오후 8시(월요일은 휴관). 관람료 8,000~1만2,000원. 문의 1577-8968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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