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8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한 자리에서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국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분향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내가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는 것조차 반대해 무산됐다"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대통령측은 27일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로부터 영결식 추도사를 해줄 것을 요청받고,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나 정부가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
김 대통령은 뜻을 접었지만 정부가 자신의 추도사 낭독을 '위험스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판단, 대단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끝없는 조문행렬에 대해 "국민들이 민주주의 후퇴, 빈부격차 확대, 초긴장상태인 남북관계 등으로 속수무책으로 슬퍼하고 있다"며 "의지해 오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까지 겹쳐 더욱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뒤에는 한명숙 장의위원장, 민주당 정세균 대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등 민주당 지도부, 참여정부 인사들과 만나 검찰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부인, 자녀, 일가 친척에 대해 싹쓸이하듯 조사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처음엔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는데 견뎌야 한다'는 심정이 들었다"며 "그러나 한편으론 노 전 대통령이 겪은 치욕과 좌절감,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 전대통령의 추도사가 무산된 것과 관련," 정부측은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등 여러 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데 김 전 대통령 만추도사를 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고 불만을 제기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과 관계를 고려할 때 유족들의 요구에 따르는 게 합당한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해=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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