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내일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편히 쉬세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가는 길 양쪽엔 3m 높이의 만장(輓章) 500여개가 나부끼고 있었다. 봉하마을에서 빈소에 이르는 1km 남짓 되는 길에는 따가운 햇볕을 막으려는 조문객들이 펼쳐든 양산 수 백개가 물결을 이루기도 했다. 추모 열기는 30도에 육박하는 더위 만큼 더욱 달아 올랐다.
영결식을 이틀 앞두고 조문객들의 발길은 새벽부터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문객들이 늘어나자 장의위원회 측은 한 번에 100여명씩 분향토록 하는 '묘안'도 짜냈지만 대기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오후 4시께는 300m 넘게 줄을 늘어서 분향을 하려면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장의위원회 측은 이런 추세라면 28일 오전 중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문객들에게 대기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날 김해 낮 기온이 29도를 넘어 올들어 최고를 기록했지만, 전국에서 몰려든 조문객들은 양산, 모자, 신문 등으로 햇볕을 가리며 질서정연하게 분향을 준비했다.
강원 강릉에서 5시간 이상 승용차를 몰아 이날 오전 빈소에 도착한 전모(52)씨는 "가시기 전에 꼭 한 번 뵈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려 왔다"고 말했다.
조문을 끝낸 시민 중 이른바 '추모 코스'를 이어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저에서 봉화산까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 행적을 좇는 식으로 애도 분위기를 확대시킨 것이다. 분향 후 빈소 앞 도로를 따라 200여 m 떨어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한다.
길 옆 노사모(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매달아 놓은 수 천개의 노란 리본에는 '편히 쉬소서', '그 웃음을 다시 뵙고 싶어요' 등 추모의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사저 아래쪽 복원 공사가 한창인 노 전 대통령 생가를 지나면 봉화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바위, 오른쪽은 사자바위다.
초행길 조문객들에게 고인의 삶과 봉화마을 관련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해설사 자원봉사자'도 등장했다. 노사모 창립 멤버 출신인 A(43)씨는 "조문객 중 부엉이바위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확성기를 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 서거 사건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이운우 경남경찰청장이 경찰 관계자 30여명과 함께 조문했다. 버스를 타고 빈소 인근에서 내린 이 청장 일행은 줄을 서지 않고 분향한 뒤 돌아가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일부 조문객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김해=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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