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오후 딸아이와 함께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요즈음 음악 프로그램에 대해서 잘 모른다.
가수가 노래하는 사람인지 외모가 뛰어난 사람인지 잘 구분이 가질 않고, 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노래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강의에 필요한 학습자료를 챙긴다는 점과 아이가 즐겨보는 것을 같이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시청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오늘 출연한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을 잘 들어보라고 한다. 다 비슷비슷한 유형이고, 또 기계음을 너무 사용한단다. 관심있게 들여다보니 정말 뭔가가 비슷비슷한 것 같았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경우 어느 방송사에서 인기를 얻는다 싶으면 여지없이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편성할 경우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시청자 확보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투기에 해당한다. 그 프로그램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단 방영을 하고 나서야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방과 유행이 방송 프로그램에만 있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음악에서도 나타난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한 곡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너 나 할 것 없이 그런 류로 따라하거나, 어떤 곡으로 인기를 얻은 특정 작곡가에게로 주문이 몰리는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노래가 그 노래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들린다.
요즈음 소위 말하는 '후크송'이 문제란다. 혹자는 이런 후크송은 음악성보다는 귀에 익은 특정한 리듬과 가사를 반복하는 기법으로 수용자로부터 쉽고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또 쉽게 인기가 시들해질 수 있다고 경고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세계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방송 영역에도 시장 개방의 압력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대중음악 영역이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법에 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의 경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제작 프로그램을 일정 부분 이상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유독 대중음악은 그런 보호 장치가 불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음악이 모방과 획일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신하고 창의적인 대중음악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우리의 음악세계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게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수 개인은 물론 기획사가 나름대로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방송사 또한 순간적인 인기몰이에 현혹되어 그림 위주의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모방을 방기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입지를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대중음악이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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