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로(19ㆍ210㎝)는 태어날 때부터 왼팔이 반밖에 없었다. 뱃속에서 탯줄이 왼팔의 성장을 막은 탓이었다. 일반인과 다른 조건에 로의 부모는 망연자실, 눈물을 훔쳤지만 정작 로는 씩씩했다. 의수도 거부한 채 농구에 매달렸다.
허전한 왼팔은 농구선수의 꿈을 키우기에 치명적이었지만 큰 키에 남다른 운동능력을 지닌 로는 자신만의 슛동작을 몸에 익혔다. 왼팔 일부로 방향을 잡고 유달리 큰 오른손으로 슛을 쐈다. 중2때부터는 원핸드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꽂아넣었다.
세상은 로를 두고 '불운의 덩커'라고 말하지만 로는 지금 부러울 게 없는 남자다. 지난 3월 맨해튼 칼리지에 입학,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NCAA 남자농구 디비전1은 미국 전역을 달구는 64강 토너먼트 '3월의 광란'으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스> 는 26일(한국시간) "사람들은 '양 손이 다 있었다면…'이라고 안타까워했지만 로에겐 굳이 왼손이 필요 없었다"며 '한 손잡이' 농구선수의 인간 승리에 찬사를 보냈다. 뉴욕타임스>
로는 아마도르 밸리 고교 시절 평균 4점 6리바운드 5블록슛을 올리며 활약했으나 졸업을 앞두고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졸업 후 프로그램인 포크 유니언 밀리터리 아카데미에 진학, 1년간 와신상담한 로는 평균 6.9점 7.4리바운드의 준수한 성적으로 마침내 '꿈의 NCAA 디비전1'에 입성했다.
입학이 확정된 후 비슷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100여명이나 만난 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제 할 일은 농구에 더 집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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