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그린 화가' 피에르 오퀴스트 르누아르(1841~1919)가 서울에 왔다. 오늘부터 9월13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그는 한국인들에게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임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인상주의의 선구자인 르누아르의 그림은 여느 화가의 작품보다 밝고 아름답다. 화려한 빛과 색채로 마치 살아 숨쉬듯 담아낸 인물들과 일상, 화사한 자연, 풍만과 관능을 감추지 않는 여체는 보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든다. "그림은 사람의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환희의 선물이어야 한다"는 그의 예술철학이 빚어낸 열매들이다.
그의 행복한 모습 그리기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그의 삶이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가난한 재봉사의 아들로 태어나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공을 거쳐 화가가 된 르누아르는 평생 고통과 시련의 삶을 살았다. 그럴수록 그는 절망과 슬픔보다는 행복과 아름다움을 갈망했다. 그림은 그에게 희망이자, 행복의 피안이었다.
르누아르 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회는 그 희망과 행복을 듬뿍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1985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가장 많은 118점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를 위해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세계 40여 곳의 유명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시골 무도회' '그네' '피아노 치는 소녀들' '햇살 속의 누드'같은 대표작들이 모두 포함됐다. 4월 말 복원을 끝낸 미국 클락 미술관 소장의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도 들어있다. 이렇게 한꺼번에 르누아르의 작품을 풍성하게 감상할 기회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국민이 좋은 전시회에 얼마나 목말라 하는지는 이미 2004년 샤갈전, 2007년 모네전에 이어 지난해 고흐전에 보인 열광적 호응이 입증했다. 우리는 세기의 명작들을 직접 감상하면서 소중한 꿈을 확인하고 잃어버렸던 감정을 되찾았다. 르누아르전은 경제위기로 유난히 무겁고 팍팍한 삶을 사는 오늘의 우리에게 순정한 행복과 기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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