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총생산(GDP)은 2007년 기준으로 1,812조달러로 세계 8위다. 러시아, 캐나다, 스페인을 앞선다. 영화(할리우드), 정보기술(실리콘밸리), 농업(센트럴밸리), 항공우주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미국 경제에 기여해왔다.
그런 캘리포니아가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 들고 있다. 금융위기와 재정적자로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데다 동성결혼 금지 판결을 계기로 사회 분열상도 나타나고 있다. 산불, 지진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캘리포니아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6일 55억달러 규모의 예산삭감안을 발표했다. 50만 가구를 생활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어린이 100만여명에 대한 건강보험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칼스테이트대 등 주립대의 장학금 혜택도 대폭 축소하고 주립공원의 80%를 폐쇄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는 경찰, 소방, 우편 등의 공공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고 공무원 5,0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이런 조치를 발표한 이유는 내년 재정적자가 213억달러로 통제 불능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세수의 60%를 상위 3%의 고소득자가 납부해왔다"며 "지난해 금융위기로 로스앤젤레스의 최대 부호인 커크 커코리언 트라신다 회장의 재산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고소득자가 몰락해 주정부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일 재정적자 해소방안을 주민투표에 부쳤으나 세금 인상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NYT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발행 채권이 투기등급으로 전락했다"며 "캘리포니아주가 채권 발행으로 현금을 조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슈워제너거 주지사는 연방정부에 긴급 지원을 호소했으나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우리는 주 정부들을 공평하게 대해야 하며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없다"고 못박았다.
캘리포니아가 위기에 빠진 것이 재정적자 때문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26일 동성결혼을 사실상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자 동성결혼 지지단체들이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주 대법원은 이날 주대법관 6대1의 찬성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민발의안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동성결혼 반대단체와 종교계가 동성결혼 합법화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주민발의안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52%의 주민 찬성으로 발의안이 통과돼 합법적인 동성결혼이 금지됐다. 이번 판결은 주민발의안의 적법성을 확인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진, 산불 등 자연재해도 겹치고 있다. 캘리포니아 중부 사막 지역에서는 23일 규모 4.7의 지진이 발생해 대형 지진이 다시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94년 강진으로 6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규모 산불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수만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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