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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가 남긴 한마디… 원철스님에게 듣는 '生死一如'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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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가 남긴 한마디… 원철스님에게 듣는 '生死一如'의 의미

입력
2009.05.2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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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언으로 남긴 한 마디가 작지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삶의 경계를 넘어간 고인의 표표하고 아득한 심경이 스민 안타까운 말로도, 날 선 세상에 나직한 어조로 건네는 마지막 메시지로도 읽힌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고인의 사생관 자체는 불교의 생사일여(生死一如) 사상과 맥을 같이 하면서 보다 넒은 의미에서 삶에 대한 존재론적 화두를 던진다. 불교 조계종단의 대표적 경학자로 꼽히는 원철 스님(조계종 재정국장)에게 생사일여의 뜻을 물었다.

- '삶과 죽음이 하나' 또는 '생사일여'라는 인식의 불교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불교 존재론의 핵심인 연기론(緣起論)에 바탕을 두고 있는 얘깁니다. 세상의 모든 현상(法ㆍ법)은 이치에 따라 생멸, 이합집산하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삶과 죽음도 그런 궁극적인 흐름 속에서는 따로 구분할 수 없는 연속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본질적으로 현상을 있는 것도 아니지만(非有),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것(非無), 즉 비유비무(非有非無)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 생사일여라는 말의 출전이 따로 있습니까.

"생사일여란 말은 한ㆍ중ㆍ일 동양 3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유마경'에 나옵니다. 유마거사가 주인공인 그 경전은 1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9권이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입니다. 여기에 '둘이 아닌 진리(不二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 중 생멸불이(生滅不二)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고려 때 '직지심경'에도 당시 지공 스님이 불이(不二)를 주제로 쓴 시편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생사불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습니다."

- 불교에선 어떤 맥락에서 생사일여라는 개념이 전개됩니까.

"초기 불교의 연기론은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후 대승불교에서는 공(空) 사상으로 변주되고, 선불교에선 무상무주(無相無住)론으로 나타납니다. 생멸불이라는 말이 나오는 '유마경'은 불교 경전 중 '반야심경'과 '금강경'이 포함되는 반야부에 포함되는데, '반야심경'에 나오는 유명한 공즉시색(空卽是色) 색즉시공(色卽是空) 역시 생사일여와 맥을 같이 하는 말입니다."

- 삶과 죽음이 어떻게 같다는 얘깁니까.

"공즉시색에서 즉(卽) 자를 풀이할 때 불가에서는 파도와 바다의 비유를 듭니다. 바다가 있어 파도가 있고, 파도는 바다와 다르지 않은 것처럼 삶과 죽음이 그렇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생사일여이니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해도 무방하다는 겁니까.

"진리가 그렇다는 얘기지, 삶을 포기해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불교의 교의는 무상을 직시하되, 오히려 무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성실하게 살아나가란 얘깁니다. 매 순간마다 생과 사를 넘나들고 살고 있기 때문에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살아서 죽는 경우가 있고, 죽어서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청 낭자는 인당수에 몸을 던짐으로써 다시 살아났습니다. 노 전 대통령도 죽음으로써 국민의 마음 속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자발적 조문인파가 그것을 증명해 줍니다. 죽음 자체는 불쌍하고 불쌍한 일이지만, 죽어서 사는 법이 있음을 아는 것도 또다른 생사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민들에게 생사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토록 만들고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 조계종 29일 49재 초재 거행… 천주교도 추모미사

조계종과 천주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에 맞춰 49재와 추모미사를 각각 거행한다.

전국 100여개 종단 사찰에 노 전 대통령 추모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한 조계종은 장례일인 29일 오후 4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49재 초재를 거행한다. 49재는 사람이 사망한 다음 7일마다 불경을 외면서 재를 올려 망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불교식 제례의식으로 칠칠재(七七齋)라고도 부른다.

서거 49일째가 되는 7월 10일 오전 9시에는 조계사에서 49재 막재를 거행한다. 해인사 등 분향소를 설치한 조계종 사찰 및 다른 불교 종단도 49재 기간 동안 고인의 극락왕생을 비는 기도를 올린다.

천주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8일 오전 5시30분 노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을 찾아 추도미사를 열고, 오후 7시에는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추도미사를 갖는다.

명동성당 미사는 사제단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며, 김병상 몬시뇰 신부가 강론한다. 노 전 대통령은 1986년 부산에서 송기인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고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얻었다.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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