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강력 시사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돼 있는 마당에 자체 제재 카드를 언급하고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문제의 해법을 '관련국들과의 공조'라는 틀 내에서 모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에 매달리다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오바마와 부시의 정책을 한 묶음으로 비난하는 북한의 선전술에 말려들 수 있고, 독자 제재가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부담도 고려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 때 사용했던 제재카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이번 핵실험을 그만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고위 당국자들이 언급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추가 금융제재 방안은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의지와 실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대북 전문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한이 여전히 많은 미국 국내법의 제재를 받고 있어 특별한 별도 제재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제한지 불과 7개월(지난해 10월 해제)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재차 넣겠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반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동결 사례에서 보듯 제재 효과가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다른 추가 제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이 채택되기 직전 미 재무부가 마카오의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며 예치돼 있던 북한 자금 2,400만달러를 동결하자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 금융제재로 북한은 재외공관으로 달러를 송금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조달에도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공동성명 채택에도 불구하고 동결된 자금을 문제 삼아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 등 극단적 행동으로 치달았다.
북한이 예상외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 미국이 오히려 당황했을 정도였다. 북한은 "금융제재만 풀면 6자회담에 나가겠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고 당시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BDA 문제 해결을 약속하자 비핵화 1단계 조치인 2007년 2ㆍ13 선언에 합의했다.
독자제재 카드는 결의안 도출 작업에 들어간 안보리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결의안에 강력한 대북 제재 내용이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북한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등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결의안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무부의 고위 관리는 "안보리에서 추가제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것이 재무부의 추가 행동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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