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함경북도 현지지도 보도→25일 오전 미국 중국에 2차 핵 실험 사실 통보→오전 9시54분께 핵 실험 실시.'
북한은 일찌감치 이런 스케줄을 정해 놓고 착착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뜯어 보면 모든 계획이 핵 실험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치밀하게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하필 25일?
북한은 25일 오전 6시께 언론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들에게 조전을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불과 4시간 만에 핵 실험 버튼을 눌렀다. '피도 눈물도 예의도 없느냐'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북한은 남한이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핵 보유국 지위 인정→대미 관계 정상화→체제 유지'라는 목표만 보고 달려 온 북한은 '고작' 남한 때문에 핵 실험 스케줄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핵실험 전 조전 송부 사실을 공표한 것이 최대한의 성의 표시라고 생각한 것 같다.
북한은 2006년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추어 대포동 2호를 발사한 데 이어 이번에도 미국의 공휴일(현충일)을 D데이로 택했다. '미국 정부가 우왕좌왕하도록 하기 위한 것' '북한이 기념일을 중시하기 때문'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 반면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조급한 북한은 그런 디테일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북한에게 핵 카드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한만 왕따?
북한은 25일 오전 미국과 중국에게 핵 실험 관련 사실을 미리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 관례에 따른 합법적 실험'임을 강조하려 한 듯 하다. 이번에도 남한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중국은 북한의 우방국이라는 점, 핵 실험장인 함북 길주군 풍계리가 중국과 인접하다는 점 등 때문에 '통보하는 게 당연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2006년 1차 핵 실험 때와 달리 미국에도 미리 통보한 사실은 이채롭다. 이에 대해선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정일 위원장 동선은
김정일 위원장이 실험 당시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길주군과 100여㎞ 떨어진 함북 연사지구 혁명전적지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한 것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지도 날짜는 밝히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이 핵 실험을 독려하고 상황을 제어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려 한 것 같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김 위원장은 핵 실험장과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건재하고 체제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차 핵 실험이 임박했을 때도 실험장이 있는 함경도 일대를 집중 시찰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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