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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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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것

입력
2009.05.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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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를 좋아했든 싫어했든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슬프고 숙연한 마음을 갖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비보를 처음 접하는 순간 그다운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지며 정면 돌파를 시도한 과거 행적과 성격을 먼저 떠올렸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의 마지막 결단도 그런 승부수의 하나로 볼 수 있겠다.

화려한 불꽃 같은 도전의 삶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생의 마지막 나날에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오히려 그렇게 직선적이던 평소의 기개가 엄청난 정신적 압박으로 꺾여버리자 보통사람보다 더욱 더 절망하여 삶을 던져버리는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그는 오래 타는 젖은 장작불이 아니라 화려하게 타오르다 꺼져버리는 불꽃이었나 보다.

검찰과 정부는 표적수사, 과잉수사 혐의를 벗기 어렵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비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부·여당 쪽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그 쪽에만 온 수사력을 집중하고 언론에 과잉 노출한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실 뇌물로 받았다고 하는, 10만 달러든 50만 달러든 그 액수는 다른 대통령들의 불법 자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만큼 한국의 권력형 부정부패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많은 실책을 범했지만,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역사적 기여도 하였다. 그는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몸을 던졌다. 비록 시행착오도 겪고 많은 반대에 봉착하였지만 그러한 노력이 한국 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그의 기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업적은 역설적으로 보통 그의 단점으로 여기는 성격이나 행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자주 나타났던 좌충우돌 행동이나 충동적인 발언들은 그 자신과 한국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 바로 그런 사람이었기에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권위주의와 수구 잔재 타파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가 그렇지 않고 반대로 기존 질서를 받아들이고 노련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만 행동했더라면, 우선 대통령에 당선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 한국 사회의 숱한 개혁 과제들을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 놓지도 못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기존 정치세력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정치세력을 대변했다.

노무현과 노사모, 그리고 촛불시위는 한 몸이 되어 한국 정치문화에 하나의 뚜렷한 영상을 그린다. 그것은 젊음과 개혁과 탈권위주의, 그리고 대중 참여정치의 영상이다. 그들의 종종 정제되지 않은 언행은 보수세력의 강한 반발과 반격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그들 자신의 목표 달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쨌든 이러한 새로운 정치바람은 한국 사회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외국 사회에도 신선한 본보기로 다가갔다.

결벽한 행동으로 후세에 교훈

돌아보건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결벽증이 있었던 것 같다. 이 또한 그의 격정적인 성격과 서로 통한다. 그의 죽음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조금 더 꿋꿋하였더라면..."이라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옳은 말이긴 하나, 과연 그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누가 뭐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돈을 가장 덜 먹은 대통령일 것이다.

그런 그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제 어느 누가 감히 그런 비리를 저지르겠는가. 이제 만약 어떤 덜 된 대통령이 그런 짓을 한다면 국민이 그냥 두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는 여기에 있다. 의도하지 않은 살신성인의 업적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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