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달팽이의 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달팽이의 꿈

입력
2009.05.26 23:51
0 0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 문제를 꺼낸 것은 요 며칠 심경 변화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파트를 사서 들어올 때를 떠올리니 만감이 교차한다. 낡은 아파트를 손수 수리하겠다는 의욕에 타일도 고르고 페인트도 손수 구입했다. 그 일이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목수나 전기 기사, 페인트 칠을 하는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을까. 성실한 분도, 그렇지 않고 진을 빼는 분도 있었다.

한 삼 년 지나자 그분들 모두 추억이 되었다. 융자금도 추억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삼 년 열심히 일했지만 원금은커녕 이자만 갚는 일도 힘에 부쳤다.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집의 넓적한 엉덩이에 깔린 기분이다. 얼마 전 안동민속촌의 한 집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안동댐 건설로 수많은 집들이 수몰되었는데 수몰 직전 몇몇 집들을 육지로 옮겨왔다. 동화 속에서만 보던 초가삼간이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가 한 칸으로, 세 칸이란 기둥이 셋인 일자집이다. 방과 부엌 외엔 아무것도 없다. 발로 방 크기를 재어보았다. 겨우 어른 한 명이 눕고 머리맡에 물그릇을 놓을 만한 공간이었다. 사방 채 2미터가 되지 않는, 가구는 꿈도 꿀 수 없는 방, 식구들이 툭툭 부딪히면서 살았을 것이다. 옛날 훈훈한 동화가 왜 초가삼간에서 시작되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내 욕망 중 하나를 내려놓는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