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한반도 주변수역에서 실제 어떻게 작동될까.
정부가 26일 PSI에 정식 가입한 것은 남한의 영해나 공해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불법 거래를 시도할 경우 국제공조를 통해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2006년부터 6차례 PSI 훈련 참관단을 파견하는 등 옵서버에 그쳤지만 이번 가입으로 본격적인 훈련은 물론 실질적인 검문 검색에도 참여하게 됐다.
북한이 핵, 생화학무기나 이들 부품을 선박에 싣고 원산이나 남포항에서 출항하거나 북한의 항구로 돌아가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북한 선박이 남한의 영해를 통과할 경우 기존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르면 정선, 승선, 검색을 통해 영해 밖으로 쫓아내는 게 전부다. 하지만 PSI는 선박에 실린 금지 물품을 압류할 수 있어 한층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또한 선박이 금지 물품을 싣고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PSI는 기존 94개 가입국이 확보한 풍부한 사전정보를 공유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부는 PSI의 운영방식을 논의하는 전문가그룹(OEG)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불법무기와 관련된 북한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남북해운합의서는 다른 나라와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이 없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정보력에 한계가 있다.
다만 공해상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PSI는 가입국이나 승선협정에 체결된 국적선에 대해서만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국적의 선박이라는 이유로 PSI를 적용하는 것은 제약이 있다. 그렇더라도 PSI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WMD나 운반수단(미사일)의 불법거래를 표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PSI 참가국들이 이 선박의 이동경로를 추적, 압박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북한이 PSI에 대해 해상봉쇄라고 반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정부 핵심 관계자는 26일 "PSI가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불법무기 거래에 관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PSI는 북한을 옥죌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중국이 PSI에 가입하지 않은데다 그간 PSI를 통한 WMD 차단 사례가 많지 않아 실효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북한이 WMD를 싣고 남한 영해를 지나갈 리도 만무한 일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PSI는 재량일 뿐 모든 활동에 참여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아직은 한발 물러서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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