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악재를 잘 버티는가 했던 국내 금융시장이 26일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지수 1,400선이 붕괴됐고, 원ㆍ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올랐다.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와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선언이 잇따르면서 진부한 '단기 악재'로 치부했던 북한 변수의 강도가 세지는 형국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86포인트(2.06%) 떨어진 1,372.04로 장을 마쳤다. 무섭게 올랐던 코스닥지수도 나흘연속 떨어져 536.54(-5.54%)로 마무리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오른 1,263원에 거래를 마쳐 연 이틀 올랐다.
기관은 조정의 빌미라도 얻은 듯 유가증권시장에서 연 이틀 대규모 매도 물량(26일 4,600억원 어치)을 쏟아냈다. 그런데 가장 예민해야 할 외국인은 오히려 이틀 연속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8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까지 이르는 외국인이 오히려 담담하니 의외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간단하다. 그간 팔았던 걸 다시 사들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략 60조원 어치를 팔아치우고 나갔던 외국인이 올 들어 매수세로 돌아섰는데 여전히 7조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과거 경험상 북핵 요인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긴 했으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훼손한 적은 없어 외국인 매수세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도 지수 흐름(당일 -2.4%)은 좋지 않았으나 외국인은 연 이틀 6,0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1998년 8월(대포동 1호)부터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북핵 관련 이슈가 터졌지만, 외국인은 사건 당일을 포함한 5거래일 기준 2번을 제외하곤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실적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점도 올 들어 신흥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외국인 입장에선 무시 못할 대목이다. 단, 이날 외국인이 매도 우위(5,612억원)를 기록한 선물시장은 살펴야 한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은 단기 투기성격이 강해 남북관계 위기 고조를 틈타 일부 외국인이 빠져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 흐름을 바꾸진 못해도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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