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이 탄생하게 됐다. 여성 대법관으로는 사상 3번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신임 대법관 후보로 소냐 소토마이어(54) 제2연방항소법원판사를 지명했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소토마이어 판사는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은퇴하는 데이비드 수터를 이어 정식으로 대법관이 되는데, 여당인 민주당이 상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인준은 확실시된다. 그가 대법원에 입성하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과 함께 여성 대법관이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소토마이어는 "대법관이 되면 내 판결이 미국민의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하고, 소수인종으로서의 성장배경과 풍부한 판사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견해와 입장을 모두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진보파로 분류되는 소토마이어에 대해 인준청문회에서 맹공을 퍼부을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길게는 올해 가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선과정이 순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토마이어는 헌법에 규정된 무기소지권을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총기소유를 지지하는 공화당 보수파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공화당은 지나치게 진보성향의 인물이 지명된다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히스패닉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반대가 거세지는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오바마 정부 관계자는 "소토마이어 판사는 과거 70년 동안 인준 된 대법관 중 가장 풍부한 연륜을 갖추고 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관 지명 기준에 대해 "지성 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을 갖춘 인물"라고 제시한 바 있다.
소토마이어는 스스로를 푸에트리코 혈통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속어인 '뉴요키리칸'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뉴욕 교외 흑인밀집지역인 브롱스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다. 9세 때 아버지를 암으로 여의었고 8세 때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는 등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야 했다. 하지만 살인혐의를 쓴 힘없는 피의자에게 명쾌한 추리로 누명을 벗겨주는 여 변호사가 등장하는 당시 인기 TV연속극 <페리 메이슨> 을 보면서 법관의 꿈을 키웠다. 페리>
이후 프린스턴대학과 예일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변호사와 검사 생활을 거쳐 1992년 뉴욕 남부지역 연방판사가 된다. 초당적 판결로 평판을 얻으면서 아버지 부시대통령에게 첫 발탁된 그는 1997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항소법원판사에 발탁됐다.
소토마이어 판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5년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노조결성과 파업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 여파로 그 해 프로야구 결승전인 월드시리즈가 취소되기도 했다. 또 항소법원 판사 시절에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시 백인 소방관들이 시 당국의 소수인종 우대제도 때문에 승진시험에서 탈락했다며 제기한 '역차별' 소송에 대해 시 당국의 결정이 옳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재판은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토마이어는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15년 만에 지명하는 대법관이다. 현재 대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은 5대4로 보수 성향이 우세하다. 소토마이어가 대법원에 입성하더라도 자리를 물려줄 수터 대법관이 평소 중도 진보 성향이었기 때문에 보수ㆍ진보의 힘의 균형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