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의 하나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가 한국시장을 본격 노크하고 있다. KKR은 이 달 초 국내 첫 투자로 OB맥주 인수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에는 산업은행과 손을 잡고 공동 투자를 모색중이다.
산업은행과 KKR은 26일 상호 업무협력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 투자와 공동출자 펀드 설립 등을 통해 국내외 기업 투자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976년 미국에서 KKR은 현재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다. 운용자산만 무려 532억달러(약 67조원). 현재 전세계적으로 48개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여기서 2,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월트디즈니 등의 매출액을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다. 2007년에는 미국에서 에너지퓨처홀딩스를 488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유럽에서도 같은 해 얼라이언스부츠를 124억파운드에 인수하는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1980년대 KKR은 다른 사모펀드처럼 기업 경영권을 인수했다가 금방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문 앞의 야만인'이라는 악명을 얻을 정도. 하지만 90년대 들어서 인수한 기업의 경영에도 적극 개입, 사업영역과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회사가치를 키우는 정책으로 투자 기법을 바꿨다. 인수한 기업의 보유 기간도 5~10년으로 길어졌다. 그러나 회사가치를 키우기 위해 강력한 인원 구조조정을 실시해 해당기업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 등 여러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들을 인수한 것을 감안하면 KKR의 국내 진출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날 한국계인 조셉 배 아시아 대표는 "MOU를 통해 한국에서 투자종목을 찾을 수 있고 산은이 은행인 만큼 파이낸싱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국내 진출에 의욕을 보였다.
산은 관계자는 "KKR와 처음으로 MOU를 체결해 앞으로 공동으로 출자해 펀드를 설립하거나 기존 펀드에 투자하는 등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방식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