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데 화가 치민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중남미 등의 이민자들의 몫이었던 기피직종에 미국 현지 주민들이 몰리면서 갈등이 꿈틀대고 있다고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호황이었다면 생각치도 않았을 소위 3D직종에 실직 미국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런 갈등을 상징하는 장소 중의 한 곳이 테네시주 쉘비빌이다. 그 동안 이 곳에서 과일 따기, 사무실청소, 육류가공 등의 직종은 중남미 이민자들의 몫이였다. 육가공회사인 '타이슨푸드'공장의 경우 컨베이어 벨트 앞에 줄지어 선 채 닭 뼈를 발라내고, 토막내는 힘들고 위험한 일이 대부분인데다가 시간당 임금은 9.35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현지 주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현지 주민 데이비드 커티스씨는 "이 일은 내 일생 최악의 직업"이라면서도 "하지만 3D직종도 미국인에겐 소중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31살의 용접공인 그는 이미 편의점과 펜 제조공장, 피자가게 등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실패했었다.
2월 타이슨푸드가 구인공고를 냈을 때 우선적으로 채용되기 위해 현지주민과 이민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욕설이 오갔다고 한다. 그동안 타이슨푸드 같은 3D직종에선 노동자의 출생지를 따지지 않아 불법 노동자를 양성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국 태생의 노동자들로 채워져 불법고용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고 있다.
미국 실직자들이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형국이 되면서 고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는 이민자가 늘고 있다. 2년 미국에 왔다는 과테말라 출신 오토니엘 로페즈는 "귀국하고 싶지 않지만 일자리가 없다. 어차피 겪을 가난이라면 가족과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귀국을 결행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들은 이미 미국에 오기 위해 많은 빚을 졌기 때문에 무작정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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