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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남북발 두 충격의 뿌리

입력
2009.05.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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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에서 잇달아 터진 '핵'으로 남한 사회가 이중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주말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연 목숨을 버린 일은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폭발한 슬픔과 안타까움의 핵 폭탄이었다. 조문과 애도의 물결로 전국에 퍼져 나간 그 충격파는 가히 핵무기급 위력이다. 이 와중에 예고 없이 지진파를 타고 전해진 북한의 2차 핵실험 소식은 또 한번 국민들의 가슴을 놀라게 했다. 말 그대로 한반도의 지축을 뒤흔들었고, 한반도의 정치ㆍ군사 지형을 요동 치게 하는 충격이다.

애도 분위기 깬 북의 핵실험

슬픔 속에 국상을 치르는 중에 날벼락 같은 핵실험으로 추모 분위기를 깬 것은 남측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핵 보유국 지위와 장거리미사일 전력 확보를 향해 치닫고 있는 북한의 시간표상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핵 문제는 남한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취해온 그들이기도 하다.

혹시 핵 실험이 3일만 앞섰다면 부엉이바위의 비극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핵 셈법 상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핵실험 시간표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북한의 핵실험은 서로 연결 짓기 어려운 전혀 별개의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10ㆍ4 선언 1주년 기념식 때의 상황을 기억하면 두 사건의 뿌리가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봉하 마을로 귀향한 후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를 한 노 전 대통령은 기념연설을 통해 10ㆍ4선언을 비롯한 자신이 이룬 대북정책의 성과를 완전히 뒤집은 이명박 정부를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상대방의 인정과 존중이 협상의 기본원칙이라며 체제를 방어하고 유지하려는 북한의 목적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잘 될 리 없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퇴임 후 가능한 한 말을 아껴왔던 기조와는 전혀 달라 청와대와 여권을 크게 놀라게 했다. 10여일 전 개설한 '민주주의 2.0' 토론 마당과 함께 그가 정치 재개를 본격화한다는 의심을 부채질했을 법하다.

그 뒤 국세청의 고발에 의해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이고 강도 높은 수사가 시작됐고, 마침내 노 전 대통령을 아득한 벼랑으로 내몬 결과를 초래했다.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정치재개 의도로 파악하고 견제하려는 정치적 고려 또는 정치보복과 직접 관련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혀 무관하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북한은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지만 나름의 기대를 가졌던 흔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역도'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격렬한 비난으로 돌아섰다.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으로 보다 나은 대미협상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2차 핵실험까지 치닫게 된 것은 생존전략 상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핵 포기와 체제 보장 및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틀로는 체제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핵보유국 지위와 장거리 미사일 등 WMD확보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북 체제 인정없인 해결 안돼

김 위원장의 건강, 후계체제 등 내부적 문제에다 6자회담 틀에서의 협상 전망에 대한 실망 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과는 전혀 결이 다른,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강력히 비판한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도 북한이 자위적 핵억제력 확보와 자력갱생 쪽으로 생존전략을 바꾸게 한 주요 요인이 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이 핵 보유국 인정과 장거리 미사일 전력 확보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이를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주변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체제 유지라는 북한의 국가적 목표를 인정하지 않는 한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를 거듭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의 10ㆍ4 선언 1주년 기념연설이 자신의 비극적 생의 마침표를 재촉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외면해서는 안 되는 기본이다.

이계성 논설위원ㆍ한반도 평화연구소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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