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고 추락하던 일본 경제에 드디어 제동이 걸리는 것인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5월 들어 경기 악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긍정적인 경기 판단을 내놓았다. 수출과 생산에서 회복세가 엿보이고 생산 감축도 완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부는 25일 각료회의에 제출한 월례경제보고에서 5월 경기 판단을 전달의 '급속한 악화가 계속돼 어려운 상황에 있다'에서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최근 악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로 상향 조정했다. 월별 경기 판단을 상향 조정한 것은 2006년 2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보고는 전체 11개 항목 가운데 수출, 생산, 부도, 공공투자의 4개 항목을 상향 수정했다. 특히 수출과 생산은 4월에 각각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였지만 이 달에는 둘 다 '하락이 멈추고 있다'로 완화됐다.
"1분기는 최악의 시기였지만 4월 이후 국면이 바뀌었다. 여러 가지 하락 요인이 있어 낙관해서는 안 되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금융과 재정 담당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장관은 이날 보고 후 기자회견에서 "최악에서 벗어났다"는 표현을 썼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고조정이 진행되면 마이너스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에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15.2%(연율) 감소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4분기 연속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발표한 5월 금융경제월보에서 현재 경기를 '수출이나 생산의 하락이 멈추고 있다'며 4개월 연속 '대폭 악화'라고 했던 경기 판단을 상향 수정했다. 앞서 22일 금융정책회의도 역시 경기 판단을 '계속 악화하고 있으나 내외의 재고 조정이 진척되면서 수출과 생산의 하락이 멈추고 있다'고 수정했다.
낙관론의 근거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과 생산의 회복 움직임이다. 특히 3월 광공업생산지수가 반년 만에 플러스로 반전한데 이어 4월에도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경계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현 단계의 생산 회복은 지난해 말 이후 대대적인 감산의 반작용일 뿐 향후 수출이 순조롭게 늘지 않는다면 회복세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