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도발이 오바마 정부의 외교 기조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중동문제 해결을 최우선 외교 과제로 삼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주변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북핵 문제는 '관리'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아직 정권 초기인데다 여력도 없고,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도 없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로켓 발사에 이어 6자회담 거부, 핵사찰단 추방, 추가 핵실험 등 미국의 인내를 시험하는 듯한 북한의 도발은 오바마 정부가 대북 문제를 더 이상 뒷전에 버려 둘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게 북한은 여러모로 접근이 쉽지 않은 상대다. 북한이 왜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취하는가에 대한 해석이 일단 쉽지 않다. 외교 후순위로 밀린 데 대한 불만인지, 2012년으로 설정한 '강성대국'을 달성하기 위한 치밀한 내부계획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없다.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더욱 좁아진다. 북한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하게 하는 것도 복잡한 외교변수를 수반한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했던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는 '개입의 부재'를 고민하면서 취임했으나 지금은 '압력의 부재'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정부는 초기에 '개입'을 외면해 비난 받았으나, 오바마 정부는 개입하려 해도 어떻게 해볼 지렛대가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최근 일관성을 잃고 있다"며 대북 압력 공백이 원인일 수 있다고 25일 지적했다. 최근 오바마 정부의 고위급 인사 사이에서 엇갈린 발언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악관의 비핵화 책임자인 게리 세이모어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1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북한이 결국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리는 그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가능성은 적다"는 상반된 증언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보다 강력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새로운 외교적 접근법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미국의 가장 큰 과제"라고 전했다. 북한에 유화적으로 대했으나 비핵화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압박을 펴다 개입으로 선회하며 우왕좌왕했던 부시 대통령의 경우를 모두 목격한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길도 선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 정부의 전면 참여를 내심 원했던 것은 북한의 핵 확산을 차단하는 차선책 외에 다른 옵션이 없다는 현실론에 기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