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27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추모행사를 예고해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은 추모제가 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서울광장 개방에 난색을 보여 충돌 우려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29일 영결식 이후인 주말부터는 본격적인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 25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추모위원회는 27일 오후 7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제를 열기로 하고 서울시에 광장 사용 신청서를 냈다. 현재 서울광장은 경찰이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원천봉쇄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27일 행사가 순수 추모제라며 막을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시나 경찰은 일단 영결식이 열리는 29일 이전에는 서울광장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과잉 통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이날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 주변의 '차벽'은 철수시켰지만, 서울광장의 차벽은 고수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광장을 차단한 것은 일부 단체가 추모 분위기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 배치된 30여 개 중대 경비병력은 29일 이전까지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내일 오세훈 시장과 최종 면담하기로 했다"며 "시가 끝까지 불허한다면 다른 방안을 찾겠지만, 충돌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시민단체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는 27일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으로 모이자는 네티즌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어 자칫 돌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27일은 장례기간 중이기 때문에 양측이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29일 영결식 이후에는 시민ㆍ노동단체가 본격적인 거리 시위에 나설 태세라서 충돌 가능성이 높다. 30일부터 용산참사 범대위의 범국민대회, 공공운수연맹 집회 등을 시작으로 시민단체연대회의의 시국모임(2일), 100만 촛불계승대회(10일) 등 대규모 도심 집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29일 영결식 당일이 상황 전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광장에서 노제가 치러질 경우 수십만의 조문 인파가 광화문 일대로 모여들어 경찰로서도 통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인파가 서울광장에서 밤샘 촛불 추모제를 벌인 뒤 주말 집회로 이어갈 경우 추모 열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발할 수 있다.
경찰은 영결식 당일 200개 중대 경비병력을 동원해 경복궁과 시청 주변에 배치하고 정부종합청사에서 대한문까지 폴리스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29일과 30일 전국 경찰에 갑호비상근무령을 내렸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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