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부호인 미하일 프로호로프(43)가 시베리아 낙후 지역의 재정을 돕기 위해 주민등록을 옮긴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프로호로프는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의 대표적 인물로 주력기업 오넥심을 중심으로 141억 달러(약 18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6일 프라우다 신문과 RIA 노보스티 통신 인터넷판에 따르면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프로호로프는 지난달 20일 시베리아 연방관구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주민 100명 남짓한 에루다 마을로 자신의 주민등록을 옮겼다. 어려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올해 세금 납세액 6억8,000만 달러(약 8,565억원)를 내겠다는 것.
이에 따라 세금의 90%는 크라스노야르스키 지방의 재정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10%인 6,800만 달러는 에루다 마을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마을 주민 1인당 약 8억6,000만원의 돈벼락을 맞게 되는 셈이다. 주민들은 엄청난 세금의 혜택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프로호로프는 주민등록 이전과 관련해 "내가 돈을 번 지역에 세금을 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세금 중 일부는 사회복지에 쓰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에루다 지역에는 프로호로프의 금광회사 폴리우스 졸로토가 있다.
프로호로프는 지난 24개월 동안 자산이 85억 달러나 줄었지만 다른 세계 부호들보다 감소폭이 적어 세계 순위 4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니켈회사 '노릴스크니켈' 지분 25%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지분 14%를 팔아 현금을 확보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8월 프랑스 남부 고급 휴양지 리비에라 해안의 코트 다쥐르에 위치한 벨기에 레오폴드2세의 여름 별장이었던 빌라를 무려 4억9,600만 유로(약 8,750억원)에 사들였다는 소문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07년 1월에는 알프스 스키 리조트 쿠르슈벨에서 매춘조직과 연루된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아 구설에 오르내렸다.
프로호로프에 앞서 러시아 두 번째 부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지방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바 있다.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 리그 명문팀 첼시의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는 추코트카주 지사로 재직할 때 세금을 현지에 납부해 지역 재정상황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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