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은 2006년의 1차 핵실험에 비해 한 차원 향상된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 맞느냐"는 사실부터 논란이 일었던 2006년과 달리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 개발의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 보고 있다.
북 핵실험이 최초로 감지된 것은 기상청의 전국 109개 관측소를 총괄하는 지진 모니터링 시스템에 의해서다. 기상청은 25일 오전 9시 54분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4.4 규모의 인공 지진파가 발생한 것을 관측했고 오전 10시 33분과 10시 55분, 오후 1시 53분 등 3차례 분석을 거쳐 진앙지를 북위 41.28도, 동경 129.13도, 지진 규모를 4.4로 확정했다.
이 지진을 자연 지진이 아닌 핵실험의 징후로 보는 이유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음파관측소에서 음파가 잡혔고, P파가 S파보다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의 경우에는 음파가 없고, 작은 P파 뒤에 큰 S파가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지진 규모가 4.4로 2006년 1차 핵실험의 3.6보다 0.8이 커진 사실. 지질자원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3.6의 지진 규모는 TNT 폭발력으로 0.4~0.8킬로톤(kt)에 불과하지만 4.4 규모는 TNT 3~4kt에 해당한다"는 계산결과를 내놓았다. 1kt이 채 안 되는 1차 핵실험의 폭발 규모는 통상 핵실험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작고 북한이 사전에 중국에 통고한 4kt에도 못 미치는 것이어서 당시 '실패한 핵실험'으로 결론내려졌다. 즉 적은 양의 플루토늄을 사용해서가 아니라 완전한 핵분열을 유도하는 기술이 부족해 낮은 폭발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3~4kt의 폭발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규모(각 15kt, 22kt)보다는 작지만 북한의 기술력이 일보 진전한 것을 보여준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차 핵실험 때는 기폭장치기술 등이 미비해 완전한 핵분열 유발에는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번에는 성공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측이 확실히 핵폭발 실험을 했는지 확증하고 어떤 물질을 사용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지하 핵실험 장소에서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방사성 기체를 탐지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현재 한반도 대기 흐름을 분석한 결과 북한 길주쪽 기류가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예측된다"며 "내일 오후 동해상에서 기류를 포집해 방사성 기체인 제논이 포함돼 있는지, 제논의 방사성동위원소들의 비율이 얼마인지 등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동위원소들의 구성비를 알면 실험에 사용된 물질이 플루토늄인지 우라늄인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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