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저에 칩거했던 권양숙 여사가 25일 새벽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마을회관에서 거행된 입관식에 참석한 권 여사는 평생 반려자에게 "다 놓으시고 편히 가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쉼 없는 눈물을 흘렸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마을회관에서는 이날 새벽 1시30분부터 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이 이뤄졌다. 30분쯤 뒤 염이 끝날 무렵 승용차를 타고 회관 앞에 도착한 권 여사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빨갛게 충혈된 채 퉁퉁 부은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권 여사는 경호관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불교식으로 진행된 입관식은 가족들과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서갑원 의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남춘 전 인사수석, 이호철 전 민정수석, 천호선 전 홍보수석, 윤태영 전 대변인 등 측근들만 참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입관식이 거행되는 동안 염불을 한 양산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은 "권 여사가 남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는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극락왕생하세요, 다 놓으시고 편히 가세요'라고 먼저 간 남편을 위해 향을 피웠다"고 전했다. 정우 스님은 또 "건호, 정연씨 두 자제분도 깊은 슬픔 속에서도 초연하려 애쓰는 듯 했다"고 덧붙였다. 한 측근은 "권 여사가 처음엔 고인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다가 결국 얼굴을 마주하고선 목이 멘 듯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전했다.
입관식에 참여한 천 전 수석은 "수의를 입은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잠들어 계신 듯 편안해 보였다"며 말끝을 흐렸다. 서 의원도 "정말 편안하고 인자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더 슬퍼 많이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입관식에 이어 성복제(成服祭)를 마친 뒤 권 여사는 오전 3시15분쯤 마을회관을 나서 다시 사저로 돌아갔다. 천 전 수석은 권 여사 근황에 대해 "슬픔 속에서도 잘 버티고 있다. 장례와 관련해서도 하나하나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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