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핵문제 해결 위한 남북대화 필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다목적 카드다. 우선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 협상 시작 전에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키우고자 하는 목적이다. 특히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핵 보유국으로 그냥 간다는 생각도 있어 보인다.
단순히 대미 관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의 정치적 효과도 노렸다고 본다. 권력 상황과 관련해 군부의 충성을 보장받고 국내 결속을 다지는 한편 선군정치의 위업을 과시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남, 대중국 압박도 동시에 겨냥했다. 기술적으로도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이 실패로 여겨졌기 때문에 2차 핵실험의 필요성이 있었다.
한국과 미국은 허를 찔린 셈이다. 북한은 실질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뒤 군축회담을 하자고 나올 수 있다. 그럴 경우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반도 군사력 균형을 요구할 수도 있다.
향후 대응과 관련, 2차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일단 제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 안보라인이 정해지면 6월 중순 이후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자칫 북한에게 따돌림 당하고 자국 국익을 우선하는 미국으로부터 무시당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비핵화 문제를 위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사후적, 단기적 대응으로는 안 된다. 남북대화를 해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최악의 경우 협상 포기 메시지
2차 핵실험의 핵심 배경은 물론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설정을 앞두고 자신들의 카드를 다 내놓아 보겠다는 의미다.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이면서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핵 확산이냐 아니면 협상이냐의 선택을 요구하는 셈이다.
특히 2차 핵실험까지 갔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는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이를 정권과 체제를 지키는 것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해 구체적 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반도 정책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차 핵실험은 오바마 행정부가 일종의 대북 무시 정책을 취하는데 대한 반발 측면도 있다. 때문에 미국은 당분간은 대북제재 국면으로 갈 것이다. 물론 협상의 가능성도 열어둘 것이다.
우리 정부는 솔직히 대북제재 카드도 없고,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외에는 딱히 대응 수단이 없다. 한ㆍ미ㆍ일 등 국제사회와 공조를 취하며 대북 압박에 동참하는 정도 이외 정책수단이 많지 않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폐기라는 목표를 향한 모멘텀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모멘텀을 잃어버려 북한이 초강수로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ㆍ미ㆍ일이 집중력을 갖고 북핵 폐기 대책에 추진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내달 여기자재판·韓美회담 변수
북한은 미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핵실험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4월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발표 후 6자회담에 불참하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과 대화를 촉구하면서 핵 보유국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한 것이다. 핵 보유국으로 협상에서 더 많은 대가를 받아내려는 사전포석이다.
동시에 중국을 향해 미국을 설득하거나 핵 보유국으로서 더욱 고려해달라는 암묵적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후계구도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동요할 수 있는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정부는 북핵문제 특성상 남북관계로 풀 수 없기 때문에 유엔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오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대비하는 한편 협상테이블에 북한이 나오도록 일본 러시아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을 독려해야 한다.
6월에는 미국 여기자 재판과 한미정상회담 등 여러 변수가 있어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북한은 판을 벌여 몸값을 올려 놓고 이런 변수들을 활용해 대화의 모멘텀이 형성되기를 바랄 것이다. 북한은 원하는 상황이 조성될 때까지 강공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냉각기 5, 6월까지 갈 수도
이번 핵실험은 핵무기 개발을 완성하기 위한 후속 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미 압박이나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런 배경이 크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3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보완ㆍ개량해 나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뒤 권력구조가 급변하고 獵募?점이다. 헌법개정, 군인사 단행 등을 통해 체제결속을 하고 있는데 핵실험도 그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하며 후계구도를 꾀하는 모습이다.
체제 정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와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북 정책에 무엇이 부족하고 보완이 필요한지 전면적인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또 6자회담만으로는 북의 핵무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핵실험으로 인해 상당기간 냉각기가 불가피하다. 냉각기는 1,2개월에서 길게는 5,6개월까지 갈 수도 있다. 냉각기 이후 북한은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를 석방하거나 불참하고 있는 6자회담에 복귀하는 방법 등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극적인 협상모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정리=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