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금지했던 공매도가 비금융주에 한해 다음달 1일부터 다시 허용된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 파는 것. 즉 주가하락을 예견해 높은 값에 미리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그 때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서 외국인들이 이 방식으로 주가하락을 부추기자 각국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했는데, 시장이 안정을 되찾자 다시 허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매도 허용이 주가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공매도의 태생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공매도 허용 배경이 그렇다. 3월 이후 전세계 증시는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국내증시도 지난해 폭락을 딛고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매도 허용이 주가상승에 부담을 주는 부정적 요인보다는 시장의 효율성제고와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도모해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차잔고도 마찬가지. 대차잔고는 공매도 등을 위해 빌린 주식 규모를 말하는데, 잔고가 높은 주식은 주가 하락압력이 그만큼 크다. 한 번에 팔아치울 확률이 높기 때문.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공매도 허용으로 현재 17조원의 대차잔고가 20조원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일부 고평가 종목에 대한 공매도 수요가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도한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주식이 급락할 가능성은 물론 있지만 공매도가 허용되더라도 실제 공매도로 나올 물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즉 대차잔고 100%가 모두 공매도를 노리는 자금이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롱숏' 전략. 비슷한 두 종목을 한 쌍으로 묶어 수익률 격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한 종목이 많이 오르면 분명 공매도 수요가 발생해 주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비슷한 다른 종목 주식은 수요가 늘어나 주가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승재 연구원은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대부분 롱숏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평가 종목에 대한 공매도는 필연적으로 저평가 종목에 대한 매수를 유발할 것"이라며 "오히려 기존 저평가 종목의 경우 이로 인해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전체적인 외국인의 매매비중 역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개인 투자자는 아무래도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종목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 줄을 섰다간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3가지 정도는 기억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최근 대차잔고 증가 상위종목 ▦지난해 10월 공매도 규제 직전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 ▦대차잔고가 급감한 종목 등은 앞으로 공매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3가지 기준 중 2개 이상 적용되는 비금융주는 S-Oil, 하이닉스, KT&G, 한화 등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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