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문행렬이 서거 사흘째인 25일에도 전국 270여 분향소에서 종일 이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날부터 전국 81곳에 정부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을 받기 시작했고 정당ㆍ종교ㆍ시민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전국 각지의 민간 분향소도 197곳으로 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봉하마을 분향소에는 23, 24일 이틀간 20만명 가량이 다녀간데 이어 25일부터 26일 새벽 1시 현재까지 2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방문해 서거 후 사흘 남짓 만에 40만명 이상이 조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마련된 추모게시판에도 네티즌들의 추모글이 빗발쳐 네이버의 경우 60만 건을 넘어섰다.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인근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정부 각료와 고위 공무원들의 분향이 줄을 이었다.임채진 검찰총장과 강희락 경찰청장도 이곳 분향소를 찾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등 정치인들과 주한 외국 대사 등 외교사절의 조문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 50여명은 이날 낮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았다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제지에 막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정부는 이날 국민장으로 치러지는 노 전 대통령 장례 절차를 주관할 공동 장의위원장에 한승수 국무총리와 노 전 대통령측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선정하고 준비절차에 들어갔다. 정부는 또 유족 제의에 따라 29일 치러지는 영결식을 서울 경복궁에서 거행키로 잠정 결정했다. 한 전 총리는 "29일 오전 6시 발인해 오전 11시께 영결식장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복궁에서 영결식이 치러질 경우 화장 장소도 김해 시립 추모의 공원 대신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 벽제 서울시립승화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장 후 안장식은 봉하마을에서 진행돼 이날 하루 동안 장례 동선은 김해 봉하마을-서울 경복궁-경기 벽제-봉하마을로 이어진다.
노 전 대통령측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화장 후 산골, 안장, 일부 산골 후 일부 안장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장지는 봉하마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장례 동선이 지나치게 길어 자칫 하루 안에 일정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은 2006년 10월 서거한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민장 선례에 준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영구차가 군악대의 조곡에 맞춰 도열병을 통과한 뒤 자리 잡으면 개식 선언과 함께 국민의례가 시작된다.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한승수 위원장의 조사, 종교의식 순으로 진행되고 고인의 생전 영상이 4분간 방영된 뒤 15분간의 헌화, 추모 노래가 뒤를 잇는다. 마지막으로 삼군의장대의 조총이 21발 발사되고 폐회가 선언된다.
한편 이광재 민주당 의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강금원 창신섬유회장,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구속 수감 중인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은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날 법원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명문 규정이 없어 재판부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각종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이날 총연맹 차원에서 예정된 모든 집회를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나는 29일 이후로 연기했다.
김해=허정헌 기자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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