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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충남 서산 '한우개량사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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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충남 서산 '한우개량사업소'

입력
2009.05.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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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한우는 현재 총 200여만 마리.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제 각각이지만, 굳이 본적지를 따지자면 모두 동일하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농협중앙회 산하 한우개량사업소가 바로 그곳이다. 22일 방문한 한우개량사업소에는 전국 한우들의 아버지인 '씨수소' 46마리와 씨수소 후보군 1,100여 마리가 모여 살아가고 있었다. 미국의 '앵거스', 일본 '와규(和牛)' 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고기소에 맞서 우리 한우의 경쟁력을 키우는 전초 기지인 셈이다.

■ 한우 1등급 비율 10년 새 4배로

전체 한우 가운데 1등급 판정을 받는 비중은 1998년 15.4%에서 지난해 53.7%로 4배 가까이 높아졌다. 83년 평균 362㎏에 불과했던 18개월령 한우 수소의 몸무게 역시 2007년 567㎏까지 불어났다. 30년 새 몸집이 2배로 커진 것이다. 원유석 한우개량사업소장은 "지속적인 한우 개량으로 비육기간이 단축되고 고기량과 육질 등 품질이 개선됨으로써, 우리 한우농가가 연간 2,692억원의 소득 증대 효과를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한우가 논밭을 갈던 일소에서 고기소로 변신한 데 이어, 미국산 등 수입 쇠고기에 절대 꿀리지 않을 만큼 고급화에 성공한 것은 82년부터 본격화한 한우 품종개량 사업 덕분이다. '우등' 한우의 혈통을 보존하고 아비보다 나은 자식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품종을 개량하는 프로젝트이다.

바로 국내 유일의 '한우 씨수소 양성기관'이자 '한우 정자은행'인 농협 한우개량사업소가 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칡소 흑소 등 일부 토종 품종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키우는 한우의 98% 가량이 여기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

■ 몸값 20억원의 갑절 이상 가치 내는 씨수소

씨수소는 한우 혈통 보존과 품종 개량이라는 막대한 사명을 띠고 있다. 때문에 자격 조건이 까다로울 뿐더러 5년에 걸친 선발기간을 거쳐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씨수소 후보군으로 뽑혀 한우개량사업소에 입소하는 첫 관문의 경쟁률은 40대 1에 이르고, 해마다 400마리만 그 영광을 누린다. '고등등록우' 자격의 뛰어난 엄마를 둔, 전국 각지의 쟁쟁한 6개월령 수송아지 가운데 심사 결과 혈통과 외모가 훌륭하고 질병이 없는 상위 400마리만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씨수소로 활동하려면 더 가혹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첫 6개월의 예선에서 발육 성적이 우수한 40마리가 '후보 씨수소'로 추려지지만, 이후 4년간 후손의 능력을 검증하는 본선까지 치르고 나면 이 가운데 절반이 탈락한다.

이렇게 경쟁률 800대 1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 남아 20마리 안팎의 '보증 씨수소'로 선발되면, 본격적으로 전국 한우농가에 인공수정용 정액을 공급할 수 있다. 보증 씨수소 1마리가 2년여 일하면서 생산하는 정액은 12만개이고, 이 정액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금액만 9억원에 달한다.

씨수소는 고기소로 키워지는 보통의 한우들이 상상하기 힘든 특별 관리를 받는다. 브루셀라 등의 전염병 차단을 위해 철저한 방역은 기본이며, 특수 제작한 사료를 먹고 축사도 독실을 쓰는 등 먹고 자는 것도 최고급이다. 씨수소들이 사는 축사에 외부인은 절대 출입할 수 없다. 직원들도 건물을 드나들 때는 소독액 샤워를 해야 한다. 그러고도 만일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후보 씨수소 중 50마리는 전북 무주에서 따로 사육하고 있다.

한우 품질 개량을 위한 연구ㆍ개발(R&D) 투자까지 고려하면 보증 씨수소 1마리를 육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무려 20억원. 그러나 그 이상의 몸값을 톡톡히 해낸다는 게 사업소의 설명이다. 이성수 박사는 "씨수소 1마리가 농가 소득 증대에 직ㆍ간접으로 기여하는 부가가치는 5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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