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애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현장을 우리와 같이 지켜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곳곳에서 함성이 울려퍼졌다. 잠을 참아가며 물끄러미 텔레비전을 보던 아이가 물었다. "좋은 사람이야?" 아홉 살 아이다운 그 이분법적인 사고가 다른 때와는 달리 받아들여졌다. 그 한참 전부터 어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조짐과 희망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박수를 치고 눈물을 글썽이는 어른들을 보고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라고 아이의 몸이 먼저 알았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왜 그러냐고 묻기도 하고 그냥 흘러가기도 했지만 그애 또한 지지자였던 것이 틀림없다. 쌍꺼풀 수술 이후 달라진 대통령의 캐리커처를 보며 웃어대고 귀향 후 대통령이 자전거 뒤에 손주를 태우고 달리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며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 사이 중학생이 된 아이는 대학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을 선택한 자신의 학원 선생에게 불만을 품어 대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불과 6년도 되지 않아 나는 그애의 희망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목격했다. 우리 큰애가 운다. 울면서 주먹을 불끈 쥔다. 그 동안 그애에게 말해줬던 희망과 삶의 기쁨에 대해 이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토록 소중하다고 일러줬던 생명에 대해서도 이젠 달리 말할 도리가 없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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