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 시아, 수니파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3년 전 어느날 오후, 이라크 주부 아남 디함의 아들(당시 13세)은 야채 심부름을 하러 집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디함은 아들을 찾기 위해 감옥과 각지의 묘지를 헤맸고 시체공시소에서 수백장의 시신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단서가 되는 소식을 들으려는 희망으로 관청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날도 허다하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아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만 명에 이르는 이라크인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는 실제 실종자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실종자들은 사망한 것으로 여겨지고는 있지만 실제 사망확인 판정이 난 실종자는 극히 일부다. 바그다드 중앙 시체공시소의 문지드 살라 알 딘 박사는 "2006~2008년 사이에만 시신 2만8,000구의 확인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한다.
실종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적십자 이라크 지사의 디베 파크 대변인은 NYT에 "실종 문제는 심각하다. 실종자의 생사를 알 권리가 가족들에게 있으며 정부 역시 국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상 가장이 실종된 경우 남은 가족은 삶을 이어가기 어렵다. 가장이 실종됐을 경우 정부가 사망을 인정하기 전까지 아내는 어떠한 경제활동을 할 수도 없고 실종 후 4년이 지나기까지 실종 가족의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도 없다. 물론 재혼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실종자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미망인이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도록 다른 가족들이 신원 확인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실종자 찾기를 지연시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이라크에는 DNA 검사가 가능한 연구소가 단 한 군데밖에 없으며 샘플 냉동 기술도 제대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법의학자도 태부족하며 이라크 내 1만 5,000구 이상의 신원 미상 시신 정보를 종합한 데이터베이스도 없다.
실종자 가족을 울리는 것은 이뿐 만이 아니다. 실종자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이용한 사기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북부 이라크에 사는 가니아 아예드 문디의 가족은 2006년 이래 오빠, 조카 2명, 시댁 식구 2명의 행방을 찾아 헤매고 있다. 어느날 문디는 7,000달러를 내면 오빠를 찾아주겠다는 낯선 이의 말을 듣고 돈을 건넸지만 결국 오빠를 찾지 못했다. 이라크 인권국의 카밀 아민 국장은 "정부는 실종자 찾기와 함께 가장의 실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족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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