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폭발 규모는 TNT 3, 4킬로톤 수준으로 2006년 10월의 1차 핵실험에 비해 5~10배의 폭발 능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낮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체98(2009)년 5월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이날 함북 무수단군 화대리 기지와 함남 원산에서 사거리 130㎞ 안팎의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총 3발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9시54분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진도 4.5 안팎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며 "여러 정황으로 미뤄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도 "리히터 규모 4.4의 지진이 감지됐는데 진앙지는 북위 41.28, 동경 129.13으로 함북 길주군 풍계리로 확인됐다"며 "다수의 지진 관측 센서에서 감지된 진동 파형 분석을 통해 인공지진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인공지진은 인위적인 폭파에 의해 지진파가 생겼다는 의미로, 리히터 규모 4 정도의 인공지진은 핵실험에 의해서나 가능하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이날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에 출석, "2006년보다 규모가 크고 발전된 것으로 보이며 핵실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좀더 분석해 봐야 한다"면서 "만약 북한이 핵을 보유했으면 핵으로 대응하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번 2차 핵실험에 앞서 북한은 지난달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장거리 로켓 발사 비난 의장성명 채택에 반발하며 "안보리가 즉시 사죄하지 않으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양보 조치가 나올 때까지 북한은 추가 장거리 로켓 발사, 우라늄 농축 핵개발 등으로 위기를 고조시켜갈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사실상 국상(國喪) 중인 한국의 뒤통수를 친 격이어서 남한 내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또 미국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북한에 대한 제재 강도가 높아질 공산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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