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원의 제작비, '대장금'의 김영현과 '히트'의 박상연 작가가 함께 한 집필, 히트메이커 고현정과 이요원의 투톱 주연 등 MBC가 오랜만에 강수를 둔 50부작 대형사극 '선덕여왕'(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55분)은 시들해진 '사극 붐'을 되살릴 수 있을까. 25일 첫 회에서 발견한 '선덕여왕'의 가능성들을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말을 통해 살펴본다.
■ 익숙하지 않은 신라 배경, 독특할까?
'선덕여왕'의 첫번째 특장점은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라시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그 동안 고대의 패자인 부여와 고구려, 아니면 사료가 풍부한 조선시대의 스토리에 물린 시청자들에게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라 진흥왕 이후 시대극은 주어진 배경만으로도 매력이 넘칠 수 있다.
고구려보다 화려한 복색의 신라왕궁, 여기에 화랑으로 대표되는 신라의 뛰어난 미적 수준이 드라마로 구현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진지왕의 즉위식과 진흥왕의 침소, 화랑들의 제천의식 등에서 보여지는 색감 넘치는 소도구, 화면 구성들은 신라를 배경으로 한 사극의 장점을 십분 보여준다.
박상연 작가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여러 사극('천추태후', '자명고' )들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 나오기는 했지만 '선덕여왕'은 그 동안 사극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다만 사료가 다른 시대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첫 회의 '낭장결의'(화랑들이 화장을 하고 결사항전을 준비하는 의식), 선덕여왕의 탄생을 둘러싼 예언 등은 전부 상상의 산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 미실과 선덕여왕의 대결, 치열할까?
'선덕여왕'의 첫 회는 온전히 주인공 선덕여왕(이요원)이 뛰어넘어야 할 정적인 미실(고현정)의 악역 캐릭터를 시청자에 각인시키는 데 할애했다.
진흥왕의 새주(옥새를 관리하는 직위)로서 권력의 핵심에 서 있는 미실이 진흥왕 사후 진지왕과 진평왕을 연달아 옹립하는 '킹메이커'로 활약하는 모습,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이를 버리고 사랑을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들은 소름을 돋게 할 정도.
제작진은 초반부터 주인공인 선덕여왕보다 미실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이유에 대해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해지는 두 주인공의 쟁투를 보다 극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일종의 장치"라고 밝힌다.
김영현 작가는 "이후 선덕여왕이 독하고 강한 인물인 미실을 깨트리고 도전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처음부터 미실을 강력한 여인으로 묘사하려고 작정했다"며 "이처럼 거센 두 여성 주인공의 대립구도, 배우들의 연기대결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대본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과연 고현정의 미실을 어떻게 유치하지 않게 그리면서 다른 악역보다 강한 정적으로 묘사하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캐릭터 대결에 대해 "대중적으로 보면 사극은 초반에 몰입할 대상을 설정하는 게 중요한데 '선덕여왕'에선 첫 회부터 너무 악역의 미실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는 느낌이 있다"며 "하지만 이런 구도에선 후반으로 갈수록 극의 재미가 커질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 전투신에 열광했던 시청자, 몰입할까?
물론 '선덕여왕'에도 사극팬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전투장면들과 융성한 서라벌 시가지를 표현하는 컴퓨터그래픽(CG) 등이 곳곳에 자리해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진흥왕, 미실의 전투신은 다른 사극에 비해 '오프닝'치고는 매우 소규모이며 진흥왕 붕어 직후 정권을 잡는 미실 진영의 격투 장면들은 '태조 왕건'풍의 사극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태왕사신기'에서 경험했던 화려한 판타지CG와 전투신이 크게 줄어든 점, 일부 배우들에게서 보여지는 부족한 연기력 등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게 한다.
김영현 작가는 "첫 회의 '박혁거세 알' 등을 제외하면 판타지CG는 많이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CG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홍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